잠금장치 하나로 서명하는 법, 셀린느의 트리옹프와 16

셀린느의 가방을 알아보게 하는 것은 대개 잠금장치 하나입니다. 개선문의 체인에서 가져온 트리옹프 클래스프는 브랜드 이름을 적지 않고도 브랜드를 말하는 방법이 됐습니다.
1945년, 파리에서
셀린느는 1945년 셀린느 비피아나가 파리에서 시작한 하우스입니다. 여든 해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실루엣의 유행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이 브랜드가 붙잡고 있는 태도는 비교적 일관됩니다. 장식을 늘리는 대신 형태를 다듬고, 로고를 키우는 대신 상징 하나를 반복하는 쪽입니다.
그 상징이 트리옹프입니다. 두 개의 고리가 맞물린 이 클래스프는 파리 개선문 주변의 체인 장식에서 형태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가방의 이름이자 캔버스의 무늬이자 참의 모티프로 브랜드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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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트리옹프백은 샤이니 카프스킨에 램스킨 안감을 댄 구성입니다. 각이 분명한 사각 몸체에 클래스프 하나만 얹어, 시선이 갈 곳을 한 군데로 몰아둡니다. 조금 더 캐주얼한 쪽을 원한다면 램스킨으로 힘을 뺀 소프트 트리옹프 베사체나, 반달 모양으로 둥글린 하프문 소프트 트리옹프가 있습니다.
로고를 적지 않고도 브랜드를 말하는 방법. 셀린느는 그 답을 잠금장치에서 찾았습니다.
번호가 이름이 될 때
또 하나의 축은 16백입니다. 이름은 파리 본사가 있는 16번지 주소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리옹프가 잠금장치로 말한다면, 16백은 구조로 말합니다. 접히는 플랩과 각진 어깨선이 이 가방의 문법입니다.
같은 계열에서 힘을 뺀 버전으로는 카미유 16 소프트백이 있습니다. 스무스 카프스킨과 누벅 두 갈래로 나오는데, 구조를 살리되 각을 눕힌 쪽입니다. 반대로 어깨에 툭 걸치는 형태를 찾는다면 스몰 호보가 답이 됩니다.
캔버스라는 두 번째 얼굴
셀린느의 라인업을 훑다 보면 트리옹프 캔버스라는 표기가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클래스프 모티프를 그대로 직물 무늬로 옮긴 소재로, 가죽보다 가볍고 가격대의 문턱도 낮춥니다. 캔버스 몸체에 카프스킨으로 테두리를 잡는 조합이 기본형입니다.
버킷 형태의 스몰 버킷 트리옹프 캔버스, 넉넉한 플랫 쇼퍼, 손에 드는 미니 트리옹프 캔버스가 대표적입니다. 아바·클라라·오노린·폴코·듀오 집트처럼 이름을 가진 모델들도 캔버스 버전을 함께 냅니다.
러기지, 그리고 이름들
가죽 쪽으로 돌아오면 러기지 계열이 있습니다. 좌우로 벌어지는 어깨선이 특징인 이 형태는 스몰 뉴 러기지부터 미디엄, 라지, 그리고 손바닥만 한 리틀 러기지까지 이어집니다. 소재도 그레인드 카프스킨과 수플 샤이니 램스킨, 스웨이드로 나뉘어 같은 형태가 꽤 다른 인상을 냅니다.
그 밖에도 이름을 가진 모델이 촘촘합니다. 부드럽게 주저앉는 셀린 룰루, 원통형의 보스턴백, 의사 가방에서 온 닥터 파우치, 세 칸으로 나뉜 트리오 플랩, 그리고 니노·루이즈·틸리·엘로이즈·조세핀 같은 이름들이 각자 다른 실루엣을 맡습니다.
셀린느 제품 설명에 자주 나오는 '수플(souple)'은 부드럽게 무두질했다는 뜻으로, 같은 카프스킨이라도 형태가 몸에 맞춰 눕습니다. 반대로 그레인드는 결이 잡혀 있어 각이 오래 유지되고 흠집이 덜 보입니다. 형태를 고른 뒤 이 표기로 한 번 더 좁히시면 실물과의 간극이 줄어듭니다.
여름의 소재와 작은 것들
계절 소재도 갖춰져 있습니다. 라피아로 짠 클래식 파니에와 카바 트라이앵글, 시살에 비즈를 얹은 트리옹프 비즈 바스켓이 여름 쪽 선택지입니다. 룰루와 틸리, 버킷 캔버스에도 라피아 버전이 따로 나옵니다.
작은 물건을 찾는다면 파우치 계열이 넓습니다. 스트랩을 단 스몰 파우치, 글로시 카프스킨의 미디엄 파우치, 크리스털을 얹은 스몰 크리스털 파우치가 있고, 노트북백과 배니티처럼 용도가 분명한 형태도 준비돼 있습니다. 이미 가진 가방의 인상을 바꾸고 싶다면 태슬 참이나 트리옹프 폼폼 참 같은 참 종류가 가장 가벼운 방법입니다.
어디부터 보면 좋을까
- 첫 셀린느라면 클래식 트리옹프브랜드의 상징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형태입니다. 각이 살아 있어 격식 있는 자리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 구조적인 쪽을 원한다면 16백플랩과 어깨선으로 만든 실루엣이라 잠금장치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스몰이 가장 활용 폭이 넓습니다.
- 가볍게 들고 싶다면 트리옹프 캔버스가죽보다 가볍고 비 오는 날 부담도 덜합니다. 버킷과 플랫 쇼퍼가 무난한 출발점입니다.
- 편한 실루엣을 찾는다면 룰루나 호보각이 잡힌 백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몸에 붙어 떨어지는 형태가 대안이 됩니다.
- 여름에는 라피아파니에와 카바 트라이앵글처럼 가죽 아닌 계열이 따로 있어 계절감을 바꿀 수 있습니다.
셀린느는 한 시대의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상징 하나를 오래 쓰는 쪽을 택한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모델을 고를 때도 유행보다 형태와 소재를 먼저 보시는 편이 오래 쓰기에 좋습니다. 판매처마다 취급하는 색상과 소재 조합이 다르니, 마음에 드는 모델이 있다면 소재 표기까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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