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보다 소재를 먼저, 로로 피아나가 옷을 짓는 순서

로로 피아나의 옷에는 붙잡을 만한 장식이 거의 없습니다. 로고도, 눈에 띄는 디테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는 다른 곳에서 승부를 봅니다. 손이 닿는 순간의 감촉, 곧 소재입니다.
패션 하우스이기 전에 원단 하우스
로로 피아나를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출발점은, 이 브랜드가 옷을 만드는 회사이기 전에 실과 원단을 다루는 회사라는 사실입니다. 이탈리아의 이 하우스는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고운 섬유를 확보하고 짜는 일에 몰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캐시미어, 비쿠냐, 극세 메리노 울처럼 원료 단계에서 이미 등급이 갈리는 소재들입니다.
이 정체성은 카탈로그를 훑기만 해도 드러납니다. 상품 이름이 곧 소재 설명입니다. 캐시미어 스웨터, 버진 울 터틀넥, 알파카 울 트렌치, 리넨 셔츠, 실크 블라우스. 무엇으로 지었는지가 모델명 앞에 먼저 붙습니다. 디자인이 아니라 재료가 먼저 오는 브랜드인 셈입니다.

클래식 캐시미어 스웨터가 이 태도의 축약본입니다. 특별한 장식 없이 캐시미어의 질감만으로 완성되는 옷이고, 로로 피아나가 무엇으로 인정받아 왔는지를 가장 단순하게 보여줍니다. 같은 계열로 캐시미어 터틀넥, 캐시미어 카디건, 캐시미어 폴로 스웨터가 있어, 목선과 형태만 골라도 하나의 옷장이 정리됩니다.
디자인이 아니라 재료가 먼저 오는 브랜드. 상품 이름이 곧 소재 설명입니다.
캐시미어 안에서 갈라지는 것들
흥미로운 지점은 같은 캐시미어라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는 데 있습니다. 가장 가벼운 축에는 이름부터 깃털을 뜻하는 피우마가 있고, 케이블 짜임으로 짜임새를 드러낸 트레치아와 시더가 있습니다. 실크를 섞어 광택을 더한 계열, 울을 섞어 형태를 잡은 계열도 따로 준비돼 있습니다.
울 쪽에서는 태즈메이니안이라는 이름이 눈에 띕니다. 태즈메이니아 지역의 극세 메리노 울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캐시미어와는 다른 방식의 매끈함을 냅니다. 편하게 입는 쪽을 찾는다면 캐시미어로 지은 후디와 스웨트팬츠 계열도 있어, 라운지웨어의 소재만 통째로 끌어올린 선택지가 됩니다.
여름의 로로 피아나
두꺼운 니트만 떠올리기 쉽지만, 이 브랜드는 여름 소재에서도 같은 기준을 유지합니다. 리넨과 실크, 라미가 그 자리를 맡습니다. 리넨 셔츠와 리넨 와이드 팬츠, 라미 셔츠처럼 소재 이름을 그대로 단 기본형이 넓게 깔려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여름 아이템은 티셔츠입니다. My-T는 평범한 코튼 티셔츠처럼 보이지만, 로로 피아나가 이런 기본 품목에도 같은 원단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이 브랜드를 잘 보여주는 물건입니다.
로로 피아나의 모델명에는 소재가 그대로 박혀 있습니다. '캐시미어'는 가장 부드럽고 보온성이 높지만 보풀에 약하고, '버진 울'은 재생하지 않은 새 울이라 형태 유지가 좋습니다. '알파카'는 울보다 가볍고 광택이 은은하며, '리넨'과 '라미'는 통기성이 좋아 여름용입니다. 옷을 고를 때 실루엣보다 이 소재 이름을 먼저 보시면 계절과 용도가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트래블러, 소재를 기능으로
로로 피아나에는 소재의 고급스러움과 기능을 함께 노리는 계열이 있습니다. 트래블러와 윈드메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재킷들입니다. 윈드메이트 트래블러 필드 재킷은 바람을 막는 기능성을 갖추면서도 로로 피아나 특유의 소재감을 유지하는 쪽입니다.
재킷 계열은 폭이 넓습니다. 스웨이드로 지은 스파냐, 캐시미어 재킷, 울 실크 리넨을 섞은 구이아, 리넨 블레이저까지 있어 격식과 편안함 사이를 소재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의류는 시즌 회전이 빠르니, 마음에 드는 모델을 발견했다면 재고를 먼저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가방과 신발
원단 하우스라고 해서 가방과 신발이 곁가지인 것은 아닙니다. 대표 가방은 버킷 형태의 베일 계열입니다. 베일 스몰 숄더백을 중심으로 마이크로부터 라지까지 크기가 촘촘하고, 토트와 버킷 버전이 함께 나옵니다.
실을 감는 실패에서 이름을 가져온 보빈, 각진 쇼퍼 형태의 기에라도 함께 있습니다. 원단 회사다운 작명이 이런 데서 드러납니다.
신발에서 가장 로로 피아나다운 것은 부드러운 로퍼와 모카신입니다. 세르지오 로퍼, 스웨이드로 지은 닷 솔 모카신, 그리고 워크라는 이름이 붙은 편안한 밑창 계열이 특징입니다. 걷기 편한 밑창에 좋은 가죽을 얹는, 실용과 소재를 함께 챙기는 방식입니다.
가장 작게 시작하는 법
큰 옷을 들이기 전에 이 브랜드의 감촉을 먼저 확인하고 싶다면, 스카프와 모자가 가장 가벼운 입구입니다. 캐시미어 실크 스카프, 알파카를 섞은 셰브론 스카프, 캐시미어 비니와 펠트 햇이 준비돼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물건에서도 원단의 밀도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 이 브랜드의 특징입니다.
어디부터 보면 좋을까
- 첫 로로 피아나라면 클래식 캐시미어 스웨터브랜드의 정체성이 가장 단순하게 담긴 옷입니다. 장식이 없는 만큼 소재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 더 가벼운 니트를 원한다면 피우마이름 그대로 깃털처럼 가벼운 캐시미어입니다. 겹쳐 입기 좋고 계절 폭도 넓습니다.
- 여름에는 리넨과 My-T기본 품목에도 같은 원단 기준을 적용하는 브랜드라, 티셔츠 한 장에서도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 기능이 필요하다면 트래블러 재킷소재감과 방풍 기능을 함께 갖춘 계열입니다. 여행이나 출퇴근에 적합합니다.
-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스카프캐시미어 실크 스카프 한 장이 이 브랜드의 감촉을 가장 낮은 문턱에서 보여줍니다.
로로 피아나는 무엇을 새로 디자인했는가보다 무엇으로 지었는가를 먼저 묻게 되는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고를 때도 실루엣보다 소재 이름을 먼저 읽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판매처마다 취급하는 색상과 소재 조합이 다르니, 마음에 드는 모델이 있다면 소재 표기와 사이즈까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